노동자들의 만찬, 부산 동구 ‘초량 돼지갈비’,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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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만찬, 부산 동구 ‘초량 돼지갈비’


부산 동구는 일제 강점기 왜관이 들어섰으며, 19세기 말에도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관문이었다. 광복 이후 귀국선을 타고 돌아온 동포와 한국전쟁 때 몰려온 피란민으로 동구는 인산인해가 되고, 도시는 급속하게 팽창했다. 가난한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던 시절, 돼지고기는 노동자들이 소주 한잔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값이 싼 데다 중금속을 해독하는 효과도 있어 열악한 환경에서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휴식이 되는 골목

초량동돼지갈비골목의 모습이다.

특히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은 부두의 노무자들에게 고된 노동 후 달콤한 휴식이 되었던 고마운 골목이다. 한국전쟁 직후 원조 물자가 들어오는 부산항에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 이후 부산항에서 가까운 초량시장에 저렴하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인 돼지갈비를 파는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량동이 아닌 곳에도 ‘초량 돼지갈비’라는 상호가 전국적으로 브랜드로 쓰일 만큼 초량동의 돼지갈비는 그 명성이 대단했다. 오래전부터 돼지갈비만을 전문으로 취급해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갈빗집들이 들어서 있다. 부산 맛 기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거리 중 하나이다. 
 

시간이 멈춘 골목

자동차 두세대가 넉넉히 다닐 만한 넓은 도로에 ‘전통과 맛이 있는 초량돼지갈비골목’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간판 옆 좁은 골목길로 들어간다. 동구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이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 골목에 음식점 십여 개가 첩첩이 붙어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이 골목의 주인은 부두 하역 노동자들이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난 새벽 노동자들은 인심 좋은 주인이 내온 푸짐한 돼지갈비를 연탄불에 구워 쓰라린 가슴을 달랬다. 이 골목의 전성기는 85년부터 90년대 초 까지였다. 하역 작업이 기계화되고 부두도 이사를 가자 갈빗집들이 하나둘씩 줄어갔다.
 

정성이 담긴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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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 익어가는 초량동 돼지갈비가 입맛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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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돼지갈비를 상추, 깻잎 등과 싸먹는 맛은 별미 중의 별미다.

초량동 돼지갈비는 도톰하게 뜯어낸 수제비처럼 살코기가 얇다. 중독성 있는 감칠맛은 2인분을 혼자서 뚝딱 해치우게 한다.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이다. 세월이 지난 만큼 연탄불은 숯불이나 가스 불로 바뀌고 주인 바뀐 집들도 많다. 하지만 갈비짝 채로 주문한 고기를 직접 부위별로 손질해 마늘과 생강이 듬뿍 들어간 양념에 재워 숙성시키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초량동 돼지갈비가 지금까지 부산의 돼지갈비 본가로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런 정성이 한몫했다.
 

불 맛이 아닌 양념 맛 돼지갈비

깨소금도 솔솔 뿌려져 있어서 더 고소하고 맛있어 보이는 초량 돼지갈비는 버섯과 마늘을 함께 구워야 제 맛이다. 불판에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특이하게 양념 국물에 졸이는 방식이 특징이다. 불판에서 자글자글 구워진다. 윤기로 빛이 난다. 졸여지면서 나는 짭조름하고 달달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잘 구워진 고기를 특제 양념장에 푹 찍어 먹는다. 고기가 부드러우면서 쫄깃하다. 상큼한 백김치와 향긋한 각종 야채, 잘 구워진 마늘 그리고 매콤한 파절임, 달달한 돼지갈비까지 한입 가득 쌈을 싸 입안에 넣는다. 갖가지 재료들이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질리지 않는 맛이다. 먹으면 먹을수록 생겨나는 감칠맛 때문에 자꾸 손이 간다. 전국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량 돼지갈비만의 맛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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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4년 11월 1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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